문도어맹(問道於盲) – 맹인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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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어맹(問道於盲) – 맹인에게 길을 묻다.

문도어맹(問道於盲) – 맹인에게 길을 묻다.

[물을 문(口/8) 길 도(辶/9) 어조사 어(方/4) 소경 맹(目/3)]

아는 길도 물어 가랬다. 잘 아는 일도 세심하게 주의를 한다. 하물며 자신이 모르는 것은 당연히 물어야 한다. 물음은 배움의 시초이며 하나도 묻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모른다는 격언도 있다. 물어보는 것을 누구에게나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不恥下問(불치하문)이라 했다. 어려운 글을 술술 읽은 주인이라도 농사에 대해서는 모를 수밖에 없어 머슴에게 묻는다.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耕當問奴(경당문노)다. 앞을 못 보는 장애인에게 길을 묻는다면 길을 알 수가 없다. 효과가 없거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물어보는 어리석은 태도를 비유하는 말이다.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소문을 캐어보는 借聽於聾(차청어롱)도 같은 뜻이다.

唐(당)나라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韓愈(한유, 768~824)는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의 첫손에 꼽힌다. 유학을 숭상하고 불교를 내치며 친구인 柳宗元(유종원)과 함께 古文(고문) 부흥에 힘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한유는 사회의 여러 폐단에 대해 논문이나 서신을 통해 날카로운 의견을 제시하여 다수의 문인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9대 德宗(덕종)때인 802년 陳商(진상)이란 젊은 문객으로부터 편지와 시 작품을 받고 답장을 쓴 것이 ‘答陳生書(답진생서)’다. 후일 진사에 급제하게 되는 젊은 학자에게 답하면서 한유는 질문에 대답할만한 사람이 못되는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 어리석다고 했다.

대학자인 한유가 한껏 겸손하게 말하는 부분을 보자. ‘이는 이른바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소리를 구하고 눈 먼 사람에게 길을 구하는 것입니다. 비록 청이 간절하며 부지런히 가르침을 받으려 하지만 답을 얻지는 못할 것입니다(是所謂借聽於聾 求道於盲 雖其請之勤勤 教之云云 未有見其得者也/ 시소위차청어롱 구도어맹 수기청지근근 교지운운 미유견기득자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학자는 내면의 어질고 의로운 마음을 확충하는 것이 우선이며 출세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오늘날같이 인터넷으로 쉽게 지식을 찾는 시대에도 각 분야의 전문가는 숱하다. 그러니 한 문제를 깊이 알기 위해서는 어디에, 누구에 의견을 구하는 것이 좋은가를 아는 것이 힘이다. 여러 방면에 얼치기로 많이 안다고 믿고 일을 맡기다가 망치는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합당한 전문가를 잘 찾아 의견을 들어야 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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